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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르크스의 종교관

뽀종이 2009. 1. 23. 08:37
마르크스는 신을 믿었는가?  
마르크스의 종교관에 질문이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종교는 아편과 같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마르크스는 유대인인데...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과연 신을 믿었나요? 아니면 신을 부정했나요? 제 생각에는 종교와 신에 대한 믿음은 따로였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 마르크스는 유대계 독일인이지만, 그가 태어나기 1년 전에 그의 아버지가 기독교로 개종했기 때문에 마르크스는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가 트리에 김나지움을 졸업하면서 쓴 논술문 중에는 성서 해석에 관한 글도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고 강조한 이유는, 강의에서 자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당시의 독일 기독교가 독일 인민들의 삶의 현실적 고통을 '치유'하고 '해결'하기보다는, 그들로 하여금 현실적 고통을 잊게 함으로써 마치 현실적인 문제가 다 '해소'된 것처럼, 마치 '없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아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을 비판하기 위한 것입니다.

마르크스에 있어, 종교 혹은 신에 대한 관념은 (인간의 의식, 언어, 혹은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오랜 역사적 과정에서 생겨난 사회적, 역사적 산물로 간주됩니다. 그는, 최초의 종교 형태인 다신교적 '자연종교'가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다양한 종교적 관념과 제도로 형성되어 가는지에 대해 유물론적 관점에서 해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실 세계에 현존하는 지배권력으로서의 종교, 문화현상으로서의 종교, 이데올로기로서의 종교를 비판적 관점에서 해명하는데 역점을 둔 것이지, 무신론적 관점에서 종교 또는 신 관념을 부정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당시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보장된 개인의 '종교의 자유' 또는 '신앙의 자유'를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으나, 이와는 달리 기독교를 국가이념으로 하여 국가 권력을 비호하고 있던 당시 프러시아 체제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국가권력과 밀착되어 절대화, 신비화되고, 세속적인 비판적 논의조차 금기시하였던 기독교 이념이 독일 인민들에게 현실의 절박한 문제를 외면하게 만드는 '아편'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의 종교관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어떤 종교를 믿든, 어떤 신을 믿든, 종교와 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든,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 다만 종교가 현실의 절박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눈을 감게 하거나, 국가 권력을 비호하면서 현실의 모순을 은폐하는 부정적 역할을 하는 한, 종교는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종교를 문제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종교를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다루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그의 유물론적 관점이나 문헌자료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마르크스는 개인적으로, 오늘날 허다하게 존재하는 무신론자들이나 어떤 종교도 신봉하지 않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종교도 신도 믿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가 드러내지 않은 그의 내밀한 마음 속까지 우리가 다 밝혀내기는 어려우며, 또한 그것은 우리에게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닐 것입니다.
출처 : 반석의 신앙 따라잡기
글쓴이 : peterba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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