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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막걸리 - 詩 : 천상병, 낭독 : 양동근좁은길 산책할때 2006. 11. 5. 14:17
막걸리
詩 : 천상병(千祥炳)
낭독 : 양동근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
한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달에 한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가지 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 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느님의 은총인 것이다.
막걸리 - 詩 : 천상병, 낭독 : 양동근
막걸리
막걸리는 토속적이다.
비지땀이 흐르는 한여름 들판의 뙤약볕 속 이나 장마철 농막 아래에서 양은주전자에 담긴 막걸리를 사기그릇 에 철철 넘치도록 받아 벌컥벌컥 들이켜는 맛이란…, 안주론 파전 이 제격이나 손으로 쭉 찢은 김치만으로도 충분했다.
막걸리는 서민들의 벗이다.
'…문득 혼자라고 느낄 때/좀체로 삶 이 팍팍하다고 느낄 때/사람과 사람들 사이 내가/한 사발의 막걸 리로 놓여…입가에 묻은 허연 막걸리 자국 훔치지 않아도/아름다 운 그런 편안한/막걸리 한 잔 걸치고 싶다. '(윤성택시인의 '막걸 리 한 잔'에서).
막걸리는 그 기원이 정확치는 않다. 단군신화에도 햇곡으로 빚은 제주를 신농주(神農酒)라 불렀으며 '조선양조사'에 "처음으로 대 동강일대에서 빚기 시작해서 국토의 구석구석까지 전파되어 민족 의 고유주가 되었다"라고 기록돼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셔 유명해진 소위 '박통막걸리'는 북 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구로 지난 1998년 정주영 전 현대그 룹회장이 소떼 방북 때 함께 가져가기도 했다.
70년대 이후부터 맥주와 소주,그리고 양주 등에 밀려 명맥만 유지 해 왔던 막걸리가 최근 들어 대학가를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막걸리 전문점이 생기는가 하면 일반 주점에도 막걸리를 주메뉴로 추가하는 등 열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학생들의 가벼워 진 주머니 탓도 있지만 제조회사들의 젊은층 입맛을 사로잡기 위 한 꾸준한 노력도 주원인.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해 쌀막걸리 외에 도 '인삼막걸리''녹차막걸리' 등이 등장했고 브랜드와 용기디자인 도 세련됐다고 한다.
옛향취는 많이 사라졌지만 막걸리의 새로운 부활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열무김치와 고추장으로 비빈 보리밥 한 그 릇에 막걸리 한 잔이면 올 여름 폭염도 저멀리 달아날 것만 같다.
막걸리에 취해 잠든 후 아침에 두통을 겪어본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막걸리 마시기가 주저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말 을 들을 때마다 목청을 돋우며 부정하는 이가 있다. 부산양조 박 효만 회장이다.
지난 2000년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 전국적으로 화 제를 뿌렸던 인물이다. 당시 방문단 모두와 김정일 위원장에게 고 급 막걸리인 '청맥'을 선물했던 것이다. 50년 만에 북측 형을 만 난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이후 이 술은 '통일주'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었다.
박 회장은 머리 아픈 막걸리를 불량품으로 단정한다. 제대로 숙성 이 안 된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막걸리의 적정 숙성기간은 8~10일 . 이보다 짧게 숙성된 제품은 뱃속에서 탄산가스를 만든다고 한다 . 이런 가스가 혈관을 통해 뇌로 올라와 두통을 일으킨다는 것이 다.
그는 일부 엉터리업자들이 민속주를 망치고 있다고 개탄한다. 막걸리는 부족국가시대부터 시작된 우리 고유의 술이다. 탁주(濁酒),재주(滓酒),회주(灰酒)라고도 불린다.
막걸리는 현재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한약재 첨가,제조과정 컴퓨터화 등 고급주로 진화 중이다.
외국인 애호가도 늘어 수출도 되고 있다. 암예방,갱년기 장애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막걸리는 풍부한 영양과 싼 값으로 서민들의 술로 통한다. 그래서 과거 주머니가 얇았던 대학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금도 막걸 리로 지냈던 대학의 낭만을 기억하는 사회인들이 많다.
하지만 지 금의 대학가는 다른가 보다. 막걸리로 상징되던 고려대가 프랑스 와인을 선택했다고 한다. 개교 100주년 기념품으로 말이다. 민족 대학에서 세계대학으로 변하려는 학교정책의 결과란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지난달 '가장 민 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강조했다. 소설 '아리랑'의 불어 희곡집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그 행사가 열린 곳이 포도주 의 나라 프랑스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출처 : 김흥겸과 벗들글쓴이 : 맑은영혼 원글보기메모 :' 좁은길 산책할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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