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새끼를 꼬는 일
    뽀종이 생각은 2013. 11. 14. 00:56

    며칠 전 재활용품과 불리수거용품들을 싸주는 것을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헌옷과 책, 오래된 신문지 등을 종이박스에 넣고 테이프로 붓치고 ,

    튼튼한 노끈으로 한번 더 묶기도 했습니다.

    그 노끈을 묶으며 어렸을 때 보면서 자랐던 새끼가 생각이 났습니다.

    합성수지의 밧줄이나 노끈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 동네에서는 짚으로 만든 새끼를 이용했습니다.

    시골인 우리 동네에서는 가을농사철이 끝나고 농한기가 시작되면

    부지런한 동네할아버지들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시간까지 짚으로 가마니나 멍석 같은 것을 새끼를 꼬는 일들을 했습니다.

    가정에서 추수를 하여 곡식을 보관하기 위한 가마니이기도 했지만,

    그 것들을 팔아 올리는 수입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노련한 할아버지들의 가마니를 짜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가마니틀을 만든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대단합니다.

    가마니와 함께 추운 겨울이 되면 창고에서 그리고 방에서

    잘 다듬은 짚으로 새끼를 꼬는 모습은 흔히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사랑방에서 동네 할아버지들이 모여 라디오 틀어넣고

    시끄러운 유행가나 민요 같은 노래를 들으며 손에 침을 뱉으면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끼를 꼬았고,

    동네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조금 지나 전기를 사용하는 새끼틀이 나와 대량생산을 하면서 손으로 꼬았던 새끼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손으로 열심히 꼬았던 새끼들은 지붕의 이엉새끼가 되었고 짚신의 새끼 날이 되었으며,

    가마니 포장용이 되어 트럭에 실려 도시로 올라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기를 낳게 되면 집 앞에 금줄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근대화 사회에 들어와 각종 비닐 끈이 쏟아져 나오면서 새끼는 생활권에서 밀려났습니다.
    짚은 연약하지만 짚이 모여 새끼로 꼬아지면 튼튼한 매는 줄이 됩니다.

    흩어진 것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우리가 가진 가치 안에서 하나가 되기 원하는 회원들의

    사랑과 평화의 매는 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과 평화는 다소 모호하고 연약하게 보일 수 있지만,

    함께 어우러져 꼬아지면 이 세상을 이겨나갈 수 있는 큰 능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뽀종이 생각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높이는 전망이 아니다  (0) 2014.02.06
    바람이  (0) 2013.11.21
    2013년 가을날 낭만은 없고 생활만 ..  (0) 2013.11.09
    한국 교회는 ..  (0) 2013.10.03
    진보신당을 응원하며 ... 향기나무 숲  (0) 2013.09.18
Designed by Tistory.